이 곳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오신 세상이기 때문에...
태초에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어서야
비로소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창세 2,7)
창세기가 전하는 이 말씀은 우리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왔음을
가장 쉽고도 분명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지음받고, 그 분의 숨으로 호흡하고
그분의 생명과 행복을 함께 나누기로 된 특별한 존재이다.
즉 하느님께 귀 기울이고 말을 걸고,
하느님께 찬미드리는 대상으로 만드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거역은 모든 상황을 바꾸어 버렸다.
다시 말해서 세상은 하느님의 생명을 잃어버린 결과,
첫 사람 아담이 그랬듯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죄로 물든 인간의 모습 또한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고 감탄하신 세상이
인간의 죄로 인해 무법천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세상 모습이다.
인류의 타락은 하느님의 창조를 어긋나게 하였지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죄 속에 깊숙히 빠져든 인간을 측은히 여기시어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 3,16)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죄 속에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 혼탁한 세상 속으로 걸어오셨으며,
또한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으로 세상의 죄와 맞서셨고,
하느님 뜻에 완전히 복종하심으로써 첫 사람의 죄를 소멸시키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일찍이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지극한 사랑과
순명을 보여주심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을 보장해 주신 것이다.
죄값으로 따지자면 벌써 사라지고도 남았을 세상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오신 세상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창문은 열면 열수록 더 많은 빛이 들어오듯,
우리 자신도 그리스도를 향해 많이 열려있을수록
주님의 현존을 더 깊이 체험하고 닮게 되는 것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ㄱ)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시는 것은 아마도,
아직 바깥 어둠속에 있는 사람들, 즉 갈길을 찾지 못한 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리라.
한 사람의 온전한 자기 투신이 인류 전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듯이,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삶이 그리스도의 빛으로 투영되어질때에
시너지 효과처럼 주변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킬수 있으리라 희망해 본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이 곳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오신 세상이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을 사랑하고 가꾸어야 할 이유이기도 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