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독서 ◆
▥ 창세기15,5-12.17-18
그 무렵 하느님께서
5 아브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6 아브람이 주님을 믿으니, 주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
으로 인정해 주셨다.
7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주님이다. 이 땅을 너에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칼데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낸 이다.”
8 아브람이 “주 하느님, 제가 그것을 차지하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9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삼 년 된 암송아지 한
마리와 삼 년 된 암염소 한 마리와 삼 년 된 숫양 한 마리,
그리고 산비둘기 한 마리와 어린 집비둘기 한 마리를 나
에게 가져오너라.”
10 그는 이 모든 것을 주님께 가져와서 반으로 잘라, 잘린
반쪽들을 마주 보게 차려 놓았다. 그러나 날짐승들은 자르
지 않았다.
11 맹금들이 죽은 짐승들 위로 날아들자, 아브람은 그것
들을 쫓아냈다.
12 해 질 무렵, 아브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는데, 공포
와 짙은 암흑이 그를 휩쌌다.
17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연기 뿜는 화덕과 타오르는
횃불이 그 쪼개 놓은 짐승들 사이로 지나갔다. 18 그날
주님께서는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 강에서 큰 강 곧 유프라테스 강까지 이르
는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준다.”
◆ 제2독서 ◆ 필리피서 3,17─4,1<또는 3,20─4,1>
짧은 독서를 할 때에는 < > 부분을 생략한다.
17 형제 여러분, <다 함께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다른 이들도 눈여겨보십시오. 18 내가 이미 여러분에게
자주 말하였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19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배를 하느님
으로, 자기네 수치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
합니다.
20 그러나>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21 그리
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
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4,1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 복 음 ◆/ 루카 9,28ㄴ-36
그때에 28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29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30 그리고 두 사람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31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
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 32 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잠에 빠졌
다가 깨어나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그분과 함께 서 있는
두 사람도 보았다.
33 그 두 사람이 예수님에게서 떠나려고 할 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34 베드로가
이렇게 말하는데 구름이 일더니 그들을 덮었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제자들은 그만 겁이 났다.
35 이어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
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36 이러한 소
리가 울린 뒤에는 예수님만 보였다.
제자들은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그때에는 아무
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 묵상 ◆
예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셨다는 내용을
들려줍니다.
아마도 열흘간 사순절을 지내며 조금은 지칠 수 있는 우리들
에게 주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들려주심으로써 힘을 내라고
격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는 사도들을 떠나실 시간이 다가오시자 그중 특별히
아끼시던 세 제자만을 데리고 산으로 가셔서 당신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예수께서 사도들을 떠나신 후에 사도들이 겪어내야 할 수많은
고난 중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낼 수 있도록 정표를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영광스럽고 거룩하게 변모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같이 황홀한 모습으로는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모습
으로 변모될 수 있습니다.
술자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면서 의기가 통하는 사람들의 모습
을 보면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주변을 환하게 변화시킵니다.
수도서원을 하기 위해서 한달 정도의 피정을 하시는 수녀님들의
얼굴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하기까지 합니다.
임종을 앞두고 병자성사를 받으면서 진심으로 회개하는 환우의
눈빛은 병고의 어두움이 걷히고 희망과 기쁨으로 밝게 빛납니다.
제 2독서에서 바울로 사도는 예수께서 오셔서 우리를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한다면 죽어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부터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금주에는 제 안에 심어놓으신 하느님의 모상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 이야기 ◆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한다.
퇴근시간 즈음에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다.
도로 위의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다녔다.
나도 이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다.
그 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한 분이 가세하셨다. 그런 다음
중년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다.
출근시간의 만원버스처럼 작은 처마 밑은 사람들로 금세 꽉 찼다.
사람들은 이 비좁은 틈에 서서 멀뚱멀뚱 빗줄기만 쳐다보고 있었
지만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줌마 한 분이 이쪽으로 뛰어 오더니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덥석 뛰어들었다.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했던가?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엉덩이를 들이대면서
우리의 대열에 끼어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얼떨
결에 튕겨 나갔다. 그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보았다.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젊은이,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다.
한 사오 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
우산 5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다.
"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쓰고 총총히 제 갈 길을 갔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 라고 말한 할아버지만이 한참
동안을 고개를 숙이고 계시더니 우산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장대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좋은 생각] 중에서)
◆기도◆
주님,
사도들에게 보여주신 영광스러운 모습을
저희도 감히 뵙고 싶습니다.
아무리 태양이 밝아도
눈을 감거나 태양을 등지고는 볼 수 없듯이
주님을 멀리하는 동안에는
결코 그 황홀한 모습을 뵈올 수 없기에
그 모습 뵙고 싶어 주님 곁에 머물렵니다.
주님,
주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닮아
저희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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