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22 07:17
왜 날 사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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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이시돌
조회 : 1,270  
   왜 날 사랑하나.mp3 (6.0M) [7] DATE : 2016-12-23 04:11:37

 

건강을 지키고 장수하는 것만이 삶의 최대 목표인 듯 한 중늙은이들의 건강 챙기기 생활 태도를 은근히 경멸 해 왔었다.

보라는 듯이 탄산음료를 거리낌 없이 들이켰다.

밥은 하얀 독이라도 되는 듯이 깨작거리면서 소위 건강에 좋다는 반찬만으로 배를 채우는 식사 행태를 비웃듯이 숟가락에 고봉으로 밥을 떠 넣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 왔었다.

담배도 몇 년 전 까지 피웠었고, 술도 체질이 허락했으면 몸 생각해서 자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 주 전 성가단원들과 레익타호 주변의 경치 좋은 산책길 산행을 했다.

그 전에도 언덕길 오르는 능력이 시원치 않음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날은 유난히 뒤 떨어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심지어는 산행 경험이 거의 없는 여성들 보다 뒤쳐져서, 갑자기 나무 형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나무 사진을 자주 찍으며 올라갔던 것이다,

숨이 차거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고 가슴부위가 답답해서 더 이상 못 걷는 것이다.

홈닥터에게 이야기하니 심전도(EKG) 찍기를 권하여, 찍어보았고, 큰 이상이 없는 듯 하였지만 심장기능 검사를 해 보기를 권유하였다.

127일 아침 810분에 모스 길에 있는 카이저 병원의 심장기능 검사실에 예약을 해 두었다. 흉부외과 옆에 붙어있는 검사실에 들어가 보니 트레드밀 비슷한 장치와 심장의 상태를 전기적으로 기록 할 수 있는 어지러운 전극이 무수히 붙어있는 장치들이 여럿 있었다.

몸 여러 곳에 전극을 붙인 채 천천히 걷기를 시작했다. 점점 속도와 발판의 기울기를 높이면서 기록되는 심장의 전기현상을 기사가 지켜보고 있었다. 언덕 오를 때 느끼는 압박감이 가슴에 올 때까지 속도를 높여 보라 하여, 조금 더 빨리 걷자 가슴에 좀 압박감이 오기에 멈추고 테스트를 끝마쳤다. 오전 9시였다.

심전도에 이상이 발견되었으니 옆방의 흉부외과 의사를 1010분에 만나고 가라고 약속을 잡아주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남으니 어디 가서 차라도 한잔 하고 오라고 권한다. 카이저 병원에서 내 치과까지는 차로 5분 거리이니 치과로 가기로 하였다.

집사람이 운전하여 치과로 오는 약 5분 동안 가슴에 이상한 느낌이 왔다.

통증은 아니었다. 통증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런 후들거림이 가슴부위에 전해져 왔다.

차를 대고 치과 뒷문을 열려고 가는 집사람에게 자동차 키를 달라고 하여, 급하게 나가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후방 주차에서 전방주차로 차를 돌려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는데 아무래도 가슴 전체에 후들거리는 느낌이 심해지면서 응급실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키를 집사람에게 주면서 응급실로 가자고 했다. 나도 집사람도 응급실의 위치를 모르기는 매 한가지이나 내가 운전을 못하는 상황이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집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집사람도 당황한 가운데 카이저 병원의 현관 앞 까지는 왔으나 주차를 할 데가 없었다. 아무래도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한 다음 병원으로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현관 앞에서 혼자 내려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였다.

약국이 있었다.

약사 얼굴이 보였다, 백인 남자였다.

눈을 마주하고 시선을 단단히 고정한 채 도와달라고 했다.

약사의 얼굴 및 주변 배경들이 살바도르달리의 어떤 그림처럼 서서히 쭈그려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가 누워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잠시 정신을 잃은 듯하다.

꽤 여러 명이 주변에 있는 듯 했다.

내 이름을 묻는 소리도 들렸다. 대답했다.

여기가 병원이라는 생각에 좀 안도는 되는 듯 했다.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해 왔다.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렸다.

무슨 약을 먹으라고 입안에 들이밀었다.

무엇을 물었으며 무엇을 대답했는지 기억을 다 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나름 별로 어렵지 않은 테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런 쉬운 질문을...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또한 이 사람들 참 인격적으로 그리고 전문적으로 잘 나를 대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편안했다. 하지만 눈은 안 떴는지 못 떴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본 기억은 없다.

내가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섪지도 않고, 심지어는 많이 불안하지도 않았다. 혹시 내가 죽더라도 집사람에게 "내가 죽는 것을 애통해하지도 않았고 괴롭게 죽지도 않았음"을 꼭 말 해 주고 싶었다. 그냥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갔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단지 두 가지가 나를 괴롭혔다.

바닥이 차서 추웠고,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이 두 가지만을 해결하고 싶었지 다른 걱정은 없었던 듯하다.

힘겹게 "Rest Room...number 2." 했던 것 같다.

그곳에는 나를 살려보려는 인간의 선한 능력, 자제심, 의지가 가득했다.

너무나 그들의 소망이 간절하게 느껴져서 "이럴 때 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농담이라도 한마디 던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그 와중에 들었다.

들것에 실려 어느 곳으로 옮겨지는 듯 했고, 구급차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차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가는 도중 누군가 계속 나에게 시시껄렁한 질문을 던졌고 나는 성의 있게 대답했다.

나는 집사람 안부를 물었고 집사람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 가고 있는 병원에서 심장의사가 기다린다는 얘기도 해 주었다.

그냥 나른하고 별 생각 없는 상태였고 누군가에게 잘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뿐이었다.

가슴이 아프냐고 반복적으로 물었고 아니라고 대답했다.

어느 곳에 도착하여 침대와 함께 들어가는 듯 했다.

여러 사람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그 중 한 명이 자신이 닥터 누구라고 소개한다.

누운 채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요구했고, 싸인 했다.

가랑이 어느 부위가 잠깐 좀 따가웠고 무언가 열심히들 하고 있는 듯 했다.

가슴부위에 무슨 엑스레이장치 같은 것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시술 방법이 성기부분은 노출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가능한 무엇으로 덮으려는 시술자들의 노력을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죽음 직전에도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변의를 참는 것은 내 의식이 있는 한 아마 죽더라고 지켰을 것이다.

소란스러운 그러나 질서 있는 듯 한 번잡함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왜 날 깜박 재우지 않는지 의아스러운 가운데 시술은 끝난 듯하다.

시술하는 동안 괴로움은 없었다. 단지 추위와 변의만이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심지어는 섪다 거나 무섭다 거나 이런 정서적인 괴로움도 없었던 듯하다.

죽음의 방법 중에서 이것도 그리 나쁜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시 기회가 주어지면 "will" 은 꼭 만들어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술의 가 어느 부위에 스텐트를 넣었으며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음을 설명을 해 준다.

안심이 된다.

일단 살았으니.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의 며칠은 성가 "왜 날 사랑하나" 를 흥얼거리게 하는 경험의 연속이었다.

 

심장마비 경험 전이나 후나 변하지 않는 것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라는 생각이다.

죽기 전에는 살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죽은 다음에는 자신이 죽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심장마비 경험 후에 변한 것이 있다면 죽음이 덜 두려워졌다는 점이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즐기고 사랑하고 또한 하느님의 뜻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해 보아야겠다.

이번 죽음과 삶의 경계에 비교적 가까이 가 본 경험 후에, 타인의 죽음을 포함하여 나 자신의 죽음도 그리 거창한 사건이 아니고 생활의 일부분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

김상범히지노 17-01-08 21:08
답변  
.쾌유 하세요
( 조심한대고 다 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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