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운동회 날,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꼴찌만 했던 아이가 있습니다.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지체장애 6급의 병을 앓고 있는 기국이는 또래들보다 작고 통통하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체육 성적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도 꼴찌로 마무리
하겠거니 하며 모두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다섯 명이 출발했습니다.
여전히 마지막 주자로 달리는 기국이, 역시나 이번에도 꼴찌를 면하지는 못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결승선을 불과 30m를 남겨둔 지점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멈춰서서
기국이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은 꼴찌로 달려오던 기국이 손을 잡고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6년 동안 항상 꼴찌를 도맡았던 친구를 위해 4명의 친구들이 깜짝 선물을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기국이와 친구들은 결승선까지 다 같이 들어와 공동 1등을 했습니다.
처음 1등을 해 본 기국이는 감격하고 친구들이 고마워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모두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모두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마태 20,16)
2014년 10월 19일 대구주보 5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