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2-10 19:36
겨울 감나무 (이정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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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388  
사무실을 가는길목에있는 나즈막한 집 뒤뜰에 감나무 한그루가 아직도 몇개의감을 달고서있다.
길바닥에는 살얼음이끼어 겨울추위를 느끼게하는 이 초겨울에 아직도 감이 나무에 매달려있는 모습은 퍽이색적이다.
해마다 이길을 지나갈때에 보는 현상이지만 때마다 느낌이다르다. 때로는 왜 아직도 감을 따지않는지 궁금할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감이 가을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겨진다. 이름높은 화가가 한지에 그려내는 가을감은 정말 운치가있다.

우리부부는 감을 좋아한다. 하기야 한국인치고 감 싫어하는사람 있으랴마는-----
우리집에도 감나무한그루가 뒷뜰에 심겨저있다.여기서뿐 아니라 어디서살건 우린 감나무를 심는다.
우리가 감을 심는이유는 그감무창을 통하여 고향의향기를 맛보려는것이다.

박정수화백은 흰빛이 유난스래 반짝이는 한지에 갈아논먹을 한붓 듬뿍적셔서 힘차게 선을긋는다.
가을풍경화를 부탁한 나의그림을 그리려는것이다. 비탈진산언덕 저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우리농촌마을을 그린다.
언덕위로 올라갈수록 짙은색 소나무들을 겹겹이 심는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신선도가 여긴가하는 감상에 젖는다.
언덕아래로 펼쳐지는 들판에는 소를앞새운 농부가 이랴낄낄 밭을가는 얼굴에 잔잔한 땀방울이 맺혀진다.
겨울이 오기전에 갈아엎어놓아야 내년 농사가 쉬워진다. 그뿐아니라 내년엔 햇빛을 잘받은 밭에서 풍성한 가을을 즐기려는것이다.
그림을 마친 정수화백은 고개를 뒤로젖히며 그려진그림을 반눈(실눈)으로 살핀다.

박정수화백은 내가 포항살때 만난분이다.
그분은 그 한참후에 한지그림으로 이름을 드날린분인데 우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했더니 기념으로 그림을 그려주신것이다.
나는 박화백에게 \"염체없는말씀\"이지만 한장만 더부탁 드릴가요 했더니 아 이선생 사양마시고 말씀만 하십시오
그래서 다음그림으로 \"감나무 한그루있는 시골집\"을 부탁하였다. 그는 서스럼없이 척척그려서 이민가는친구에게 선물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해어졌는데 그그림을 볼때마다 순한 모습의 박화백이 웃는얼굴로 \"이선생 고생많지요\" 하는듯 바라본다.
한동안 서로 서신왕래가 있었으나 이민 40여년이된 이제는 어디사는지조차 모르는사정이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가 그려준 그림중에 감나무 그림은 본국에 친지에게 줘버렸고 \"밭가는 농부\"의 그림만 아직벽에 걸려있다.
오늘 문득바라보는 그그림에서 옛날적 본국의 추억이 솔솔바람 불듯이 내볼을 쓰다덤는다. 아 새월이여 인생이여-----

상주감이 유명하다, 경부선 열차를타고 서울로 가는길목에 황간이란 작은 마을도시가있었다.
그곳도 역시 감이라면 자랑으로 내놓는 이야기가많다. 상주와 황간은 그들 사이로 높은산이 가로막혀있을뿐 사실 거리는 멀지않다.
그황간에 우리 조상님들이 사셨다는 마을이있는데 바로 경부고속도로\"금강유원지\" 남쪽 방향으로 강 건너에있다.
지금은 아무 연고자가없는곳이 돼버렸으나 한때는 나의 할아버지의 고향이었던곳이다.
어릴때에는 아버지를 따라서 조상님들 묘에 제사지내기위하여 찾아간곳이기도한다.
그리고 비록 미국으로와서 살고있으나 때때로 눈을감으면 아련하게 추억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그마을엔 또 그때까지 먼친척되시는 분이사셨는데 그집앞뜰에 고목같은 감나무한그루가 찾아가는 나를 반주기도했었다.

늦은 초겨울까지 아직도 따여지니못하고 달려있는감을 오늘도 지나치면서 저집주인은 감을 먹지않나봐 -------
칠순이 누나는 오리동네를 지켜주는 보초같은 누나다. 비슷한 또래의 누나들은 모두 시집을갔으나 칠순이누나는 그때까지도 그냥살았다.
마치 다따버리고 아직도 외롭게, 혹은 쓸쓸하게 매달려있는 저감같이, 이제야 그분도 여기 살지 않으리라 그때가 언젠데-----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주변을 살피면 이른바 \"늦동이\"같은 사람들을만난다
계절따라 다따여진 과일나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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