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3 00:12
딱지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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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재옥
조회 : 1,151  

딱지 면제

내 이웃에는 팔십이 훌쩍 넘으신 이 선생님 부부가 살고 계신다. 선생님은 화가 이중섭이 그랬듯이 원산에서 미군 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피난하셨던 실향민이다. 아수라장 같은 피난지에서 원산의 색시를 만나 동향의 부부가 되셨던 분이다. 늘그막에 아들 곁에 있기 위해 오랜 세월을 보냈던 엘에이에서 이곳 데이비스로 옮겨오셨다. 아들은 이곳에서 내과 의사다.

나는 성당에서 이 선생님을 만나 교분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말끝마다 유모가 넘치고 성격이 너그럽고 재미있어 무척 편한 분이다. 나는 이민생활의 외로운 마당에 선생님을 당숙처럼, 또는 부모처럼 따르고 있다.

선생님과 우리 부부 넷이서는 대개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코스트코에서 피자를 먹으면서 만난다. 선생님 부부는 고혈압과 당뇨와는 상관없이 피자와 핫도그를 잘 드신다. 그리고 코스트코의 서민적이고 장터 같은 분위기를 나보다 더 좋아하신다.

어제도 으레 내가 운전해서 선생님을 모시고 코스트코에 갔다. 고속도로 같은 지방도로를 20분 정도 운전하면 우드랜드라는 곳에 코스트코가 있다. 차중에서는 자연스럽게 전광석화처럼 처형된 장성택이가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북한체제의 불가해성과 잔인성보다는 장성택과 김경희 간의 부부관계와 남녀관계의 애증에 관해 주로 이야기 했다. 장성택이 아무리 바람을 피워 부부관계가 소원해졌더라도 평생 살을 맞댄 남편의 구명을 위해 김경희는 애걸복걸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나는 핏대를 세웠다. 여자들의 서릿발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연말이라 그런지 코스트코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머지않아 만나게 될 가족과의 파티를 위해 스테이크 용 쇠고기를 사고, 100불 내외의 디지털카메라정도는 사는 모양이었다. 이 세상 누구라도 나름대로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 격식과 의례가 있는가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무념의 상태로 지내는 나 자신의 방심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 핫도그 하나씩을 먹고, 피자 한 판을 시켜 절반가량을 나눠 먹었다.

동네로 돌아오는 차 안은 봄날 같은 햇빛이 가득하여 눈부셨다. 우리는 또 다시 북한과 장성택의 처형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되는 극악무도하고 어처구니없는 북한정권의 불가사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4.19 혁명, 그리고 최근 회교국에서의 모바일 혁명 같은 것이 어찌하여 북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가 분개했다.

\"그곳에도 정의감과 정치역사 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 있지 않겠어요?\"

쓸데없이 분개하는 사이 내 차는 주 도로에서 동네로 접어드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했다. 그곳은 모든 방향에 일단정지(STOP) 표시판이 있는 곳이다. 아뿔싸, 경찰차가 바로 내 뒤로 따라붙는 것이 아닌가? 차를 길가에 세웠더니 경찰은 내 차의 창가까지 걸어와서 스탑싸인 위반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나는 분명한 내 잘못을 즉석에서 시인하고 한 번 봐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면허증과 자동차 등록증, 보험증명서를 모두 뒤쪽의 경찰차로 가져가더니 오랫동안 무언가를 조사하는 듯 했다. 그사이 우리 두 부부 네 명은 여러 가지로 불안했다. 하느님 앞에 구원을 기다리는 죄인들 같았다. 다만 벌금이 얼마일까를 서로 예측하였다.

얼마를 지나 경찰이 내 차로 오더니

“벌금을 부과하는 종이가 다 떨어졌다. 할 수 없다, 그냥 가거라.”

라고 말했다. 세상에, 벌금고지서도 떨어질 수 있나? 나를 봐줄라고 둘러대는 핑계가 분명해 보였다. 우리는 봐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어리둥절하면서도 경찰에게 좋은 날을 보내라, 즐거운 성탄절이 되라, 무지무지 고맙다 등 한마디씩을 동시에 복창했다.

우리는 장성택과 북한의 문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경찰이 나를 봐준 이유를 토론했다. 사고와 위반 기록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아니다, 곧바로 잘못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짐작은 서로 달랐다. 아내는 옆에 있다가 선량하게 늙은 사람들만 타고 있는 걸 보고 불쌍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듯이 설명했다.

나는 이 선생님과 헤어지면서 어색했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벌금의 반만큼 한 턱 낼테니 약속을 잡읍시다.”라고 호기 있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 선생님은 대답은 하지 않고 차를 얻어 탔다가 갖게 됐던 미안함과 곤혹스러움에서 무사히 벗어나 홀가분하다는 듯이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장성택이가 미국의 조그만 마을 데이비스에도 영향을 미치는 날이었다.


이은영 18-08-2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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