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3-05 08:21
팔자는 있는 것일까?
|
인쇄
|
글쓴이 :
KSL
조회 : 1,750
|
내가 아는 여성이 아주 어릴 때 엄마와 점을 보러갔답니다. 무당이 이 여성을 쓱 보더니 그러더래요.
\"흠, 물 건너 가서 살 팔자구만\"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했답니다.
\"물 건너라니, 제주도로 시집을 갈래나?\"
미국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말입니다.
나도 예전,예전에 아주 까마득한 예전에 점을 잘 보는 동네 아저씨가 그랬어요. 팔자에 아이가 없다고. 만약 하나라도있게 되면 천하의 \'범죄자\'가 될 거라고, 그러니 절대 아이가질 생각말라고. 그 아저씨 말대로 나는 지금 아이가 없습니다.
참 신기하지요?그 사람들, 진짜 알고 그랬을까, 그냥 대충 짐작으로 한 마디 했는데 그게 딱 맞아 떨어진 걸까?
가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납니다. 한국에서 최고학부를 졸업하고 잘 나가던, 그러나 어찌어찌하다가 미국까지 와서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만나고 한국에서는 거의 밑바닥에서 살다가 여기와서 운 좋게 사업이 잘 되어 좋은 집, 좋은 차에 몇만불짜리 금딱지 시계를 보란 듯이 차고 다니는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해요. 팔자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팔자란 있는 것일까. 만약 우리가 정해진 팔자대로 꼼짝없이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것일까, 하고요.
예를 들어 김씨란 사람이 있었다 칩시다. 이 사람 팔자는 평생 집 한 칸 마련못하고 지지리궁상으로 살아야 할 팔자라고 쳐요. 그러면 이 김씨는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밤잠 안 자고 두잡 세잡 뛰어도 팔자가 그렇게 정해져 있기때문에 평생 남의 렌트만 전전하다가 불쌍하게 죽는 것입니까?
반대로 박씨라는 사람은 천성이 게으르고 무능한데 돈이 흐르는 팔자라 칩시다. 그러면 늘상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데도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 와 호위호식하면서 잘 먹고 잘 살게 될까요?
팔자란 정해진 것도 있지만 자기가 만든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엔 사회의 구조자체가 그렇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치지만 요즘 같은 세상은 자기가 만들어 간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내 팔자야, 내 팔자니까 할 수 없어, 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바꾸려하지 않고 그냥 순응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냥저냥 살아야지, 하고 답답할 정도로 소극적으로 자신을 낮추면서 그냥저냥 사는 사람들을 봅니다.
내가 아는 여자 중 미국에 온지 20년이 넘도록 운전을 못하는 여자가 있어요. 남편이 없으면 우리에 갖힌 동물처럼 한 발자욱도 꼼짝 못하는. 그 여자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됩니다. 만에 하나 남편이 사고라도 나서 먼저 세상을 떠나면?그러면 저 여자는 어떻게 할까?그 여자의 팔자, 평생 남편의 그늘 아래 운전도 못하는 팔자였을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