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인간을 만나러 오시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완성된 계시를
공적 계시라 한다면, ‘발현, 환시, 들음, 예언 등과 같은 현상을 통해 개인에게
전해진 계시’를
사적 계시라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
회 교부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
나시기 전에는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한
다” (계시 헌장, 4항)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사적 계시
들은 “그리스도의 결정적 계시를 ‘개선’하거나 ‘보완’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시대에서 계시에 따른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지나지 않는”(가톨릭
교회교리서,
67항)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적 계시
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교회는 교
도권을 통해 “하느님의 명령과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것[하
느님의 말씀]을 경건히 듣고
거룩히 보존하고 충실히 해
석”(계시 헌장, 10항)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기에, 사적
계시들에 대한 판단
과 해석, 그리고 그 진실성에 대한 분명
한 입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떠한 사적 계시들에 대해 교회가 엄격한 심사를 거
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
계시 내용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
하면 이 동의는 단지
그 계시가 신자들의 영적인 삶에 있어서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사적 계시 중 어떤 것들이 교회의 권위로 인정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것들은 “신앙의 유산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7항). 즉, 사적 계시는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믿어야 하는
교리가 아니라, 개인의 신앙 생활에 있어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진 것임을 의미한다.
분명히 해 보자. 어떠한 사적 계시에 대해 교회가 인정하였다면? 그리스도인들은 그 계시를 받아들여도
좋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신앙의 여정에 있어
그 계시들이 우리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을 더 굳게 하며, 복음의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면,
그 사적 계시를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또
하나의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적 계시에 대해 교회가 인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스도인들은 그 사적 계시를 받아들이거나
믿지 말아야 한다.
[2015년 6월21일 청주주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