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봉화산 바위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뒤 봉화산 바위가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5시45분께 김해 봉하마을의 사저를 나와 100m 정도 떨어진 봉화산으로 갔다. 동행한 사람은 경호원 1명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형 건평씨가 구속되기 전까지는 봉하마을 이곳저곳으로 산책도 자주 다녔으나, 형이 구속된 이후에는 낮에는 일절 집 밖에 나가지 않았고, 관광객과 취재진이 없는 새벽에만 가끔씩 봉화산에 오르곤 했다. 이날도 새벽 5시께 일어나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직전 컴퓨터로 짤막한 유서를 작성했으나, 부인 권양숙씨 등 주변사람들은 전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등산로를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있는 부엉이바위 쪽으로 길을 잡았다. 부엉이바위는 예전에 봉수대로 사용됐다는 사자바위와 봉화산 정토원의 가운데쯤에 있으며, 부엉이가 자주 앉는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고 있다. 부엉이바위는 해발 100m 정도 지점에 있으며, 바위 높이는 15m 정도 된다. 바위 아래 쪽은 가파른 경사길이다. 부엉이바위에 올라서면 봉하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직선거리로 200m 정도 떨어진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안도 훤하게 보인다.
부엉이바위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노 전 대통령은 6시40분께 경호원에게 “혹시 담배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경호원이 “없습니다. 가지고 올까요?”라고 하자,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을 앞길을 걸어가던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지나가네”라고 말하자, 경호원이 잠시 노 전 대통령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이 순간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다. 경호원이 급히 다가갔으나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막을 수 없었다. 부엉이바위 아래로 떨어진 노 전 대통령은 머리 등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경호원들은 7시5분 경호차량을 이용해 봉하마을에서 가까운 김해 세영병원으로 노 전 대통령을 옮겼고, 병원에서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다 큰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세영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고 위독한 상태였으며,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호원들은 다시 경호차량을 이용해 8시13분 양산 부산대병원 응급센터로 노 전 대통령을 옮겼고, 미리 연락을 받고 모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던 부산대병원에서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서거했다. 아침 9시30분이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2009-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