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2-07 07:40
모든 생물은 늙는다. (이정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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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974  
이른아침 집을나서서 동내를 걷는다. 큰길쪽으로 나오니 길건너 톰의집앞에 서있는 키큰 단풍나무가 옷을 벗은체 외롭게서있다.
추위도 아랑곧하지않고 높이서있는 저나무는 몇살이나 되었을가
아랫도리 둥치에는 나이를 보여주듯이 벗겨진 껍질이 볼쌍사납게 어룩져있다.
봄이되면 옷을입고 가을이되면 껍질을벗기는 작업이 해마다 계속되는것이다.
우리는 겨울이되면 덧옷까지 겹쳐입는데 어찌하여 저들은 오히려 옷을 벗어버리는지 추운줄을 모르나봐-----

옛날 우리외가가 있던 시골마을에는 나이를 해아릴수없는 아주 오래된 거목이한그루 동내입구에 턱하니 자라잡고있었다.
이른봄에 잎을 피우기시작하여 여름이되면 시원한 나무그늘을 만들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만들어줬다.
여름날 저녁시간이되면 더위를 견디지못한 동내사람들 아이 어른할것없이 모두가 그곳으로 모인다.
나이든사람들은 장기판을 가운데두고 \"장이야 멍이야\" 한가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지만 아이들은 더위를잊은체 여름을즐긴다.
형따라 나온 꼬마는 고추를매단 아랫도리를 벗은체 쫄랑쫄랑 형의 뒤를 따라다닌다. 평화가 춤을추는 세상이 아닐수없다.

내나이가 벌써 77이라 하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이라는 느낌으로 살아간다.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해본적이 아직은없다. 그래도 손자같은 나이의 아이들은 나를 부르기를 \"할아버지\"한다.
내마음과 내몸의균형이 맞지않는것일가같은 주인을 모시고있는(?) 처지이면서도 서로 다르게 보이니 그것 참----

사람만 늙어가는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도 늙어간다고한다.
이미 수십억만년을 살아온 지구가 앞으로 얼마를 더살아갈지는 알수없으나 좌우지간 나이를 먹는것만은 틀림없다.
지구도 늙고, 아름답던 아내의 모습도 늙어가고, 세상은 모두가 늙어가는 작업을 열심히들 하는것같다.

산다는것 그게 바로 늙는다는 작업이라고 어떤 선현이 말씀하셨지만아직도 늙음을 막는방법은 아무곳에도없다.
인공위성이 화성을갔네, 목성을향하여 날고있네하는 과학의 발전도 인간의 늙음을 막아주지는 못하는가보다.
지몸 하나 제대로 추선하지 못하면서 뭘한다는것인지

옛날 우리집 뒤뜰에 몇마리의 닭이 살았다. 병아리를 몇마리사서 길렀더니 그것들이 날이갈수록 모습을 변화시켜서 어느듯 큰 닭이된것이다.
비록 닭이라도 재롱스럽고 더불어 작난하기 좋은 상대로만 생각하고 쫒겨보기도하고, 잡으려고 따라가기도 하면서 정이들었다.
그러나 어느날(아마 추석이었던가보다) 꼬꼬댁 한소리 외친것이 그닭의 마지막날이되고만 기억이 오늘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닭처럼 나도 언젠가는 꼬꼬댁 한소리 외치게될날이 올것이라는 예상을하니 내인생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생물분 아니라 세상엔 늙지 않는게없다는 생각을한다. 심지어 쐐조차도 녻이쓸어서 녹아내리는 현상인데 다른것들이야-----
오래전 포항에살때였다. 해병대가 그곳에 있었는데 그들은 커다란배(군함)를 가지고있었다.
어느날 우리 몇사람이 그배를타고 배의 여기저기를 안내원을 따라서 들어가본적있다.
6.25전쟁때 사용했던 군함으로 미군에게서 불하받은것이었으나 우리군에서 깨끗이 재생을한것이라고했다.
갈고닦고, 새패인트를한 자국이 선명한 배의 여기저기를 안네원따라서 구경을했다. 야 근사하구나 모두들 감탄사를 연탄했다.
그러나 밖으로 나와서 갑판위를 살피니 여기저기 녹을닦아낸 흔적이보였다. 그때 속으로 \"역시 헌것은 어쩔수없구만\"하는 생각이들었다.
마치 환갑진갑 다지난늙은이가 얼굴에 찐한 화장을한것 같은 인상을지울수가 없었던것이다.

세상이치로는 비록 모든것이 늙어간다하여도 인간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든다. 비록 몸은 늙어가더라도 정신만은 잃지말고살자는것.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하여도 난 오늘 한그루의 나무를심는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손해날것 없을것 아닐가
그게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일수도있으니 말이다.건강합시다 행복합시다. 그러는 나는 행복한지 잘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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