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3 00:39
아들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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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재옥
조회 :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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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MIT Chapel에서의 결혼식과 Harvard 대학 교수회관에서의 폐백식
아들의 결혼식
아들의 결혼식을 치뤘으니 내 인생의 애경사(哀慶事)가 또 한 고비 넘어간 셈이다. 이제는 특명을 받고 제대만 하면 되는 말년의 고참병과 같은 느낌이다. 다리가 아픈 하산 길에 서 있다.
자식의 결혼만큼 중대하고 경사스런 일이 또 있을까? 사위나 며느리를 맞이하여 또 자식을 낳고 나의 유전자가 대를 뛰어넘어 전달됨으로써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본능과 섭리의 목적은 비로소 달성되는 것이다. 피의 족보가 이어져 내가 윤회의 흔적처럼 대대로 남게 되는 과정이 자식의 결혼일 것이다.
결혼식은 가족의 입장에서는 새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이벤트다. 친지와 친구에게는 평소의 관심과 우의에 대해 정성껏 고마움을 표시하는 또 다른 기회이다.
한국에서는 혼례비용의 과다로 부모의 허리가 휘고, 그로 인해 부모의 노후생활까지도 위태로워진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다. 분수에 맞지 않게 부모, 자식 모두 허례허식으로 자기를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급 호텔의 경우 결혼식장 사용료와 하객의 점심대접에만 1억 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예단과 예물의 규모와 값어치를 놓고 사돈 간에 알력과 다툼도 빈번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결혼식은 자식 스스로가 스스로의 숙제를 혼자서 하듯이 그들이 장소, 날짜, 절차, 하객초청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대개의 경우 교회나 야외에서 결혼식이 이루어지므로 식장 사용료가 없고, 전세가 아니라 월세를 살게 되므로 신혼주택을 마련하는데 큰돈이 필요 없다.
미국에서는 대개의 경우 결혼식이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졸업식 연습을 하듯이 결혼식 전날 사돈 간의 가족과 친구들 몇몇이 모여 수인사를 나누고 결혼식 연습을 한다. 소위 결혼식 ‘리허설’이다. 리허설 뒤에는 저녁식사 파티가 있고 그 돈은 일반적으로 신랑 측에서 낸다.
결혼식 당일에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중심으로 100여명 내외가 참석한다. 하객은 음식 값을 계산하는 카운터에서처럼 부조금 봉투를 내밀지 않는다. 베이비샤워를 하듯 미리 선물목록에서 약속한 대로 소소한 선물을 택배로 배달시킬 뿐이다. 결혼식 이후의 피로연(披露宴)은 장소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비용에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1인당 100여불 내외가 아닌가로 짐작된다. 피로연 비용은 대개 신부 측의 몫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평균 결혼비용은 신혼여행비를 제외하고 신랑, 신부 측이 부담이 총 비용이 3만 불 내외라고 한다. 둘로 나누면 각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1만 5천 불인 것이다.
나의 아들은 학기 공부를 하면서도 결혼식과 관련된 모든 일을 며느리 될 사람과 함께 나도 모르게 해냈다. 나는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에 불과했다. 아들의 결혼식은 부모보다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모여 벌리는 단합대회 비슷한 행사였다.
내 평생의 친구들과, 내 평생 내가 결혼 축의금을 냈던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결혼식에서 기쁨과 함께 크나 큰 소외감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그 흔한 치하 한 마디를 한국말로 듣지 못했다. 보스턴의 날씨마저도 외롭고 쓸쓸하게 화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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