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2-06 04:43
LA 에 침 맞으러...
인쇄
 글쓴이 : 아니벌써
조회 : 2,528  
미국에 오면서부터 집사람은 봄만되면 알러지가 심해서 고생을 해왔다.

아마도 꽃가루 알러지인듯하다.
잠자리에서 코가 막혀서는 숨을 입으로 쉬니 잠을 설치게되고
아침이면 입안이 건조해서 목까지 따갑고 아프고 낮에는 콧물나고 눈물나고 코막히니
영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아마도 5,6월이 지나야 이 증상이 수그러 들테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약 저약 다 먹어봐도 별 효과를 못보고 있었는데 아는 분이 LA에 침을 잘 놓는 중국 한의사가 있는데 한번 가 보라고 권유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또한 밑져봐야 별 큰 손해 볼 것 없다는 심정으로 어제 그제 그러니까 금요일 LA로 갔다.
짧은 일정 때문에 비행기로 가고 공항에서 렌트카를 하기로했다.
온타리오 공항에 내려 젤로 싼 컴팩트카를 이틀 빌리니 63불, 비교적 싼 가격이고 차도 900마일밖에 되지않은 새 차였다.
Mapquest에서 지도를 다운받아 프린트해서 가져갔기때문에 어렵지 않게 그 한의원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사람이 하는 침술원이라서 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막상 대기실에 앉아서 대기를 하면서 보니 정말 여기가 미국인지 70년대의 한국인지 모를정도로 시설이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엤날 서울의 모 피부과가 손님이 엄청 많았는데 대기실 벽은 때가 끼어 반들반들하다는 소릴 들은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나는게 정말 여길 올려구 그 먼데서 비행기 까지 타고왔나 약간 후회가 되기도했다.
그래도 뭐 효과없으면 집사람 좋아하는 엘에이 한국 음식점 다니면서 이것 저것 실컷 먹고 쇼핑이나 좀 해서 가지 뭐...하며 마음을 돌려보기로했다.
 
집사람이 불려 들어가고 30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여보 신기해 코가 뚫렸어!\" \"그리고 어깨 아픈 것도 나았어!\"
하며 희색이 만연해서 나왔다.
아니,,그럼 그 침이 알러지를 낫게, 아니 낫게는 아니라도 증상을 완화라도 한단말인가...?
하긴 대기실에 앉아 대기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러지증상으로 이곳을 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참 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도 한의원을 이런 저런 증상으로 가본 적은 여러번이지만 그 치료때문에 나은건지 시일이 지나서 저절로 나은건지 모를 정도로 효과가 눈에 뜨이지는 않았었기 때문이다.
\"정말 아프던 어깨가 안아파? 그리고 코로 숨을 쉴 수도있고?\"
집사람은 팔을 휘둘러 보이면서 정말 하나도 안아프다고 신기해했다. 그리고 코를 벌름거리며 코로 숨을 쉴 수 있다고 하며 콧물도 90%는 덜 나온다고 좋아한다.

이런 제길 도대체 어찌된건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밤에는 잠을 잘 잘 수있나 한번 보자고 이야기했다.
다운타운에가서 한정식으로 회포를 풀고 한인이 운영하는 골프샵 가서 이것 저것 좀 사고는 형님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밤 집사람은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다음날 토요일은 형님 내외와 골프를 치고 그 침술원이 오후 3시까지 문을 연다해서 부리나케 찾아갔더니 오후 3시 10분전...안해주면 어떻게하나 걱정했는데 왠걸,,,집사람 도착한 후에도 한 열명은 더 온 듯하다.

진료 방식은 이러하다.

처음가면 간단한 한페이지짜리 본인 인적사항 기록을 한다.
그리고는 6개의 침대 중 하나로 불려 들어가는데 첨엔 중국의사가 뭐라고 쫠라쫠라 이중언어 아주머니에게 간단히 묻는다.
어디가 아프냐 정도이다. 20초 소요된다.
다음엔 침을 여기저기 꽂는데 한 30초 정도 소요되는 듯 하다.
그것으로 그 한의사의 소임은 끝..그 의사는 다음 침대로 간다.
보조 아주머니가 와서는 구식 책상머리 램프같이 생긴 적외선 장치를 켜주고 나간다.
15분 정도 있으면 싸구려 타이머가 땡 소리를 내고 아주머니가 들어와서는 침을 뽑고는 알코올 스폰지로 쓱쓱 문지른다.
 
그리고는 뭘 물어 볼 엄두도 못내고 50불 내고는 나오면 된다.
너무 바빠 한의사한테는 물론이고 (말도 어차피 안통하니) 그 아주머니에게도 물어 볼 엄두도 안난다.
그리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본인이 다음 내원날짜를 결정하고 또는 올지 안올지를 결정하는 극히 자율적인 진료시스템이 확립된 것같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또 오면되고 다 나아서 필요없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50불 버리고 안오면 되는거다.
의사에게는 지극히 뱃속편한 자율시스템이요 환자에게도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된 시스템이다.
어쨌던 환자는 차고 넘치며 단순계산을 해봐도 한달 벌어들이는 돈이 엄청나다.
미국에도 이런 쉬운 돈벌이가 있구나....하고 감탄을 하게된다.
병원유지비? 이건 1만불이면 그아주머니 남편 휴가비까지 줘도 넉넉 할 것 같다.

애구~~ 이곳에 4년 살면서 버는만큼 힘도 들고 버는만큼 세금도 많이 낸다는 관념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하루종일 잔듸깍는 멕시칸은 한달 내내 일해봐야 2000불 넘기기가 힘드는데...

어쨋던 집사람은 증상이 거의 사라졌으며,  
부흥회에서 병낫음 은혜를 입은 앉은뱅이처럼 그 침구사를 신뢰하고 자랑을 하고 다니게 되었으니...할 말은 없다.  
그것도 다 그의 능력이니...


일요일 아침진료도 한다 하여 북창동 순두부에서 아침을 하고 한번 더 침을 맏고 오전 11시25분 비행기로 온타리오를 떠나 새트라멘토로 오니 12시40분... 새로 산 골프채 테스트도 할겸 골프장에만 나가면 더 극성을 부리는 집사람 알러지도 어떻게 되었나 볼겸 9홀을 돌러갔다.
 
알러지는 현재까지로는 성공적으로 잠재워졌고 새로 산 골프채는 땅파기엔 적합 한 듯 땅만 열심히 파다 돌아왔다.

KSL 12-02-20 06:44
답변 삭제  
새크라멘토에 이렇게 글 잘 쓰시는 분이 있는 줄 몰랐네요.
참 잘 쓰십니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네요.
아니벌써 12-02-21 13:22
답변 삭제  
과찬의 말씀을.....
하셔도 됩니다.

칭찬은 우쨌던 좋더라고요~~ㅎㅎ
 
 

일반형 뉴스형 사진형 Total 59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회원권한 및 사진/동영상 삭제 요청 관리자 2023-06-05 2855
469 쓸쓸한 쇼핑 (1) 이재옥 2012-12-08 1291
468 내것이면서도 내것은 아니다 풀로렌시아 2012-12-02 1227
467 이상한 이름 (1) 이재옥 2012-11-19 1312
466 기도 (1) 홈지기 2012-11-17 1149
465 조수미의 치아에도 치석이 있을까...? (1) 홈지기 2012-09-04 1684
464 짧은 한국 여행기 2 (1) 홈지기 2012-06-28 1754
463 짧은 한국 여행기 1 (1) 홈지기 2012-05-29 1702
462 우리 모두에게 Second Chance (2) 풀로렌시아 2012-03-25 2553
461 짜증나는 날은 꽃을 삽니다. (1) KSL 2012-03-16 1752
460 우리 성당이 이랬으면... (1) 홈지기 2012-03-09 1755
459 팔자는 있는 것일까? (2) KSL 2012-03-05 1757
458 살 빼십시다. KSL 2012-02-19 1459
457 LA 에 침 맞으러... (2) 아니벌써 2012-02-06 2529
456 맛있고 친절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식당 (3) KSL 2012-02-05 2242
455 월남국수 만드는 법 (1) KSL 2012-01-26 3519
454 내 나이 오십도 안되었지만 KSL 2012-01-19 1517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