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9-21 14:15
장하다 순교자, 주님의 용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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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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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에게 교육을 하거나 예비신자교리를 할 때, 마더 데레사 수녀님, 이태석 신부님, 김수환 추기경님,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성직자, 수도자가 아니라, 신자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삶의 모델로 삶을 수 있는 이들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작년 8월에 시복되신 124분의 복자가 떠올랐습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중 성직자는 주문모 신부님 한 분뿐입니다. 비록 시대가 다르다고 하지만, 바로 이 땅에서 신앙을 실천하고, 그리스도를 증거한 이들입니다. 그들의 삶을 돌아보면 그 자체가 사회교리 실천사례의 보고입니다. 

일전에 소개한 복자 황일광 시몬은 천민 출신이었는데, 천민이 댓돌 위에 감히 올라설 수도 없던 시대에 양반 교우들은 그의 손을 잡아 툇마루에 함께 나란히 앉아 주님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황일광 복자는 “나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당시 신분과 경제력이라는 어마어마한 벽을 넘어서 사랑을 실천한 신자들의 삶이 있었습니다. 

손경윤 제르바시오 복자는 교우들의 신앙생활을 도우려고 아주 큰 집을 매입해서 바깥채는 술집으로 꾸미고, 안채에서는 교우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복자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을 했지만, 겉으로는 번지르르 하지만 신앙의 실천은 없는 우리와 다른 의미에서 겉과 속이 달랐습니다. 

생명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성(性)의 의미가 사라지고, 쾌락만을 쫓는 오늘날, 복자 조숙 베드로와 권천례 마리아 동정부부와 같은 이들의 삶은 사랑의 핵심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해줍니다. 내 삶에서 나를 내어줄 생각이 없을 때, 나의 모든 행위들이 얼마나 메마르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변하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9월은 순교자성월입니다. 순교자 공경은 사업이 아니라, 신자들의 변화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들이, 평신도들이 이 땅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간 이들, 사회의 통념과 잘못된 제도에 맞선 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념에 이념으로 맞서고, 논리에 논리로 맞선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의 진리로 무장하고 하느님의 자비로 맞선 이들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의 모범이 될 것이고, 이 땅의 사회교리, 이 땅의 실천신학이 가능하게 해줄 것입니다. 

“신앙은 순교자들이 당대의 엄격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형제적 삶을 이루도록 하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중 계명을 분리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형제들의 필요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8월 16일 시복미사 강론 중.

김성수 신부 -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9월 13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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